Walk like a cat, Smile like a flower (http://ahes.byus.net)
by 소년 아
현관

내 방 바닥에 이부자리를 깔고, 어머니와 둘이 자고 있었다. 덜컹. 소리가 나서 현관으로 나가보니 누군가 신발장 앞 미닫이 문 앞에 웅크리듯 앉아있어, 뒷모습을 보니 아버지다. 나는 놀라우면서, 반가운 마음과 술을 자셨구나 안쓰런 마음도 들어 "아빠!" 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나를 돌아보는 아버지의 얼굴이 불콰한 것으로 보아 역시 한 잔 하시었구나 생각하였다. 나는 아빠를 끌어 안으며, "오셨어요? 늦었어요. 들어오세요. 왜 여기서 이렇게 앉아 계셔요." 하였다. 빙그레 웃는 아버지를 안방으로 모셔드린 후 나는 어머니 곁으로 돌아와 다시 잠을 청하였다.

뮨둑 깨고나니 간 밤 아버지께서 오셨던 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현관으로 다시 가보니, 여전히 아버지는 미닫이 문 앞에 웅크리고 앉아 졸고 계시었다. 나는 다시 아버지께 다가가 등을 안아 드리며, "아버지, 왜 여기서 이러고 계셔요. 어서 들어오셔요." 하였다. 구두를 벗겨드리고, 부축이어 이번에는 내 방으로 모셔와 어머니 곁 내가 자던 잠자리에 뉘여드렸다. 바로 주무셨는지, 잠시간 나를 바라보셨는지, 어둠 속이라 기억나지 않는다.

다시 깨고나니 그 꿈이 너무나 생생하여 나는 엉엉 울면서, 대표님 모친께서 돌아가시어 아버지가 생각났나 하였다. 우는 중에도 꿈을 논하고 싶어 선생님께 전화드려 상담을 예약하려고 휴대폰을 찾아 부스럭대는데 어머니께서 깨시어 "왜 우느냐?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물으셨다. 나는 별 일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고, 잠자리에서 일어난 어머니께선 부산스레 몸단장을 하시고, 먼저 외출을 하셨다.

나는 아버지를 뉘여드렸던 자리를 쓰다듬으며 다시 울먹울먹 하였고, 전화를 받은 선생님께선 "오늘은 바쁘니 가장 빠른 시일 내 만납시다." 하셨다. 나는 전화를 끊고 눈물을 닦은 뒤 현관을 지나 아파트 복도로 나왔다.

돌아보니 집의 문이 닫혀 있는데 나는 열쇠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문득 '이건 다시 꿈이구나. 그렇다면 내 뜻대로 될테니, 저 문을 열리게 할 수 있어. 열쇠가 없어도 말이야.' 하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내 '그렇지만 아무리 내 꿈이래도 열쇠가 있어야 문이 열린다는 원칙을 깰 순 없잖아.' 하였다.

문을 잠갔는지 그냥 닫기만 한 건지 가물가물 하여 나는 한 번 열어보기나 하려고 현관문 손잡이를 돌렸다. 문은 다행히 잠겨있지 않았고,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등 뒤로 현관을 닫고, 안에서 문을 잠그면서 불시간 추위가 느껴져 몸을 움츠렸다.

내 방으로 들어가서 아버지 난 자리 곁에 앉아 있으려니 다시 눈물이 흘렀다. 흐느끼고 있으려니 어머니께서 "왜 우니? 무서운 꿈을 꾸었니?" 하고 물으시며 내 머리를 쓰다듬으셨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이불 속으로 몸을 움츠렸다가, 어머니 쪽으로 돌아누워 그녀의 가슴팍을 파고 들었다. 흐느낌이 격해지고 울음이 크게 터져서, 어머니는 나를 끌어 안으며, "아빠 꿈 꿨어?" 하고 다시 물으셨고, 엉엉 울던 나는 서서히 잠에서 깨어났다.


비가, 내리고 나니 은행잎이 더욱 노랗게 빛났다. 십일월이다.

by 소년 아 | 2009/11/01 09:59 | LOVE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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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暗雲姬 at 2009/11/01 12:02
울 아버지는 내게 딱 두 번, 그리워 울먹일 틈도 주지 않고 다녀가셨는데.
꿈에라도 다정하게 만났으면 좋겠어요.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09/11/01 20:00
다정하지 않아도 다정하시니 마냥 보고싶을 때가 있어요.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09/11/01 15:42
뭐라 위로드려야 할지....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09/11/01 20:01
언제나 많은 위로와 격려를 주시는걸요=)
Commented by 풍경 at 2009/11/01 21:26
아버지께서 정말 다녀가셨나봐요.
요즘 많이 그리워하셨잖아요.
아버지는 하늘에서도 예쁜 딸을 두어 행복하실 거 같아요
아 님, 힘내요! ^^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09/11/02 08:28
고맙사와요, 풍경 양=D!♥
아버지 위해서 미사 봉헌도 하고, 기도도 하였답니다. 잉잉, 살아간다는건 그리운 사람이 자꾸 늘어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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