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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 like a cat, Smile like a flower
by 소년 아
nachladen
2009년 04월 18일 12시 03분에 남긴 음성


구름의 파수병
김수영


만약에 나라는 사람을 유심히 들여다본다고 하자
그러면 나는 내가 詩와는 反逆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먼 山頂에 서있는 마음으로
나의 자식과 나의 아내와
그 주위에 놓인 잡스러운 물건들을 본다

그리고
나는 이미 정하여진 물체만을 보기로 결심하고 있는데
만약에 또 어느 나의 친구가 와서 나의 꿈을 깨워주고
나의 그릇됨을 꾸짖어주어도 좋다

함부로 흘리는 피가 싫어서
이다지 낡아빠진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리라
먼지 낀 잡초 우에
잠자는 구름이여
고생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세상에서는
철늦은 거미같이 존재없이 살기도 어려운 일

방 두 간과 마루 한 간과 말쑥한 부엌과 애처로운 妻를 거느리고
외양만이라도 남과 같이 살아간다는 것이 이다지도 쑥스러울 수가 있을까

詩를 배반하고 사는 마음이여
자기의 裸體를 더듬어보고 살펴볼 수 없는 詩人처럼 비참한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거리에 나와서 집을 보고
집에 앉아서 거리를 그리던 어리석음도 이제는 모두 사라졌나보다
날아간 제비와 같이

날아간 제비와 같이 자죽도 꿈도 없이
어디로인지 알 수 없으나
어디로이든 가야 할 反逆의 정신

나는 지금 산정에 있다――
시를 반역한 죄로
이 메마른 산정에서 오랫동안
꿈도 없이 바라보아야 할 구름
그리고 그 구름의 파수병인 나


다섯시 반, 눈을 뜨니 갑자기 계란우유식빵이 먹고 싶었다.
한 시간 반을 기다려 7시 땡 치자마자 동네의 빵집으로 달려가 빵을 사왔다.
계란물에 우유를 붓고 설탕과 소금으로 간을 한 후 버터에 구웠더니 촉촉하고 맛있게 되었다.



봄볕에 눈을 감았다. 루이비통 가방을 든 아가씨의 한여름 짧은 스커트 아래 허벅다리 솜털마저 반짝이며 조용하던 아침, 차창에서 쏟아지는 바람의 꽃향기에 홀려 내려 길을 걸었다. 차차차의 사무소로 어울릴법한 골목을 지나 일층카페에서 카페라떼를 주문해 마시며 공사 중인 경복궁 담길 따라 동십자각에 도착했다. 작은 민들레와 인사를 나누고 십오년 전 ACA 총회 등으로 방문했던 출판문화협회 건물을 지나 어정거리다보니 정독 도서관에 와 있었다.

으슥한 골목 난간도 없는 계단 위 문 옆엔 팻말이 붙어 있었다. "퀵서비스"



그 분의 언니님이 좋아하실 만한 가게가 가득가득 있었다. 돈이 없어 미술관과 박물관은 젖혀두고 거리 구경을 했다. 해파리 소년을 귀에 담고, 졸다 깨다 걷다보니 어느새 화동이었다. 인왕산이 지붕너머 드리워져 있었다. 하늘 결은 아름다웠고, 나는 설레이는 마음에 춤을 추었다.

커피 방앗간 앞. 넌 왜 이름이 고르바쵸프니?



노랑 꽃 점점히 박힌 담벼락, 김수영 시인의 시가 적혀 있었다. 헤메이며 걸음하다 '우리들의 눈'이란 전시와 마주쳤다. 손에 닿는 느낌이 따사롭고 몽실몽실하여 눈을 뜨니 털실이었고, 까실한 촉감에 선한 흙내음을 쓰다듬어 바람소리가 들려와 눈을 뜨니 점토 조형이었다. 맹인 학생들의 보이지 않는 눈으로 보는 세상이란 이렇구나. 어루만지며 한참을 뒹굴다가 문을 열고 나오니 빗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홈통 아래 물 흐르는 소리였다.

한 학생이 만든 이글루.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 볼 수 없는 아이의 머리 속 이글루는 이렇기도 하다.



인왕산을 좌에 두고, 인적 드문 골목을 끼고 돌아 돌아 북촌을 지나 가회동으로 내려왔다. 맞닿은 지붕이 정다워 한 번 웃고 찐한 라일락 향기에 돌아보다 그네들 심장모양 연두빛 이파리에 반하여 입맞추었다. 햇살 아래 계단 따라 다듬이돌 위에 놓인 약탕기 네 형제 또한 사이좋았고, 그늘 진 계단 따라 오종종 놓인 화분 위 꽃들 또한 찬란하였다. 열린 문이 반가워 덥썩 들어가 모퉁이돌에 인사하고 나니 어느 새 안국역이라, 그 분을 만나러 가는 길 그리움이 모락모락 자라나는 가운데 가만 생각하니,

이토록 온전히 리차지 하였던 산책에 나는 감사할 따름이다.

서당 문 유리창에 비친 길건너 꽃나무가 어여쁘다.



by 소년 아 | 2009/04/18 12:03 | LOVE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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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타인 at 2009/04/19 08:57
삼청동 커피방앗간 말인가요. 으힛.
고 옆동네 계동도 좋은 동네입니다.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09/04/20 00:34
그 자락 동네는 모두 그러한가봐요:D 좋은 산책이었습니다.
Commented by 타인 at 2009/04/20 00:42
내 사는 동네도 아닌데
묘허게 익숙한 그 집앞인 공간이 있읍니다.

자전거도 빌릴 수 있어요!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09/04/20 22:41
그저 조용하여 참 좋았습니다:) 동경하는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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