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 like a cat, Smile like a flower (http://ahes.byus.net)
by 소년 아
얇은 옷
불광천 변 흐드러진 벚꽃, 아침


어쩐지 편안해서 자주 입는 회색 주름치마에 좋아하는 호피무늬 민소매 셔츠를 안에 입고 새파란 스웨터를 입었다. 감기군이 매달려 있어 시린 목엔 파란 손수건을 매었다.

어제 귀가 길에 새양을 샀다. 천오백원어치 생강 뿌리는 붉은 흙 냄새가 났다. 두 덩어리를 찬 물에 씻어 저민 후에 커다란 주전자에 넣고 팔팔 끓였다. 언제부터 시작된 습관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감기에 걸리면 꼭 생강차를 마셨다. 시판되는 꿀생강차는 너무 달아서 많이 마실 수 없어서 꼭 날새양을 사서 끓였다. 어떤 때엔 너무 많이 넣고 끓여서 맵기도 하고, 그렇게 매운 차를 마실 때엔 속이 홧홧해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제법 양을 맞춰서 연한 듯, 그러나 향은 풍부하게 잘 끓인다.

녹색 보온병에 담긴 생강차를 홀짝거리며 사무실에 앉아있었다. 도망가고 싶은 날씨-


사무실에 놓아둔 수국이와 꽃이 모두 진 히야신스



나는 헤어진 그와 있는 나를 보고 있었다. 그의 옆에 있는 나는 불안한 듯 기쁜 듯 웃고 있었다. 나는 끝이 있는 행복에 간절히 매달려있는 나의 모습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갑자기, 어디선가 석궁이 날아왔고, 그는 피했다. 화살은 그의 곁에 있던 내 목을 정통으로 꿰뚫었고, 그 순간 나는 다시 합쳐졌다. 성대부터 목 뒤까지 관통한 화살은 도저히 뽑을 수 없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의 피를 쏟는 나는 흙바닥 위에 혼자 쓰러져 있었다. 아팠다. 죽는거구나- 라고 생각했다. 세상이 캄캄해졌다가 다시 깨었을 때, 그 분이 내 손을 잡고 있었다. 밝고, 창백한 하늘빛의 따뜻한 기운이 손 끝에서부터 올라와 나를 채웠다.

아마도 나는 내가 견뎌낸 것 이상- 석궁에 뚫릴 정도의 고통으로 아팠었나보다, 생각했다. 그리고, 느끼고 있는 것 이상으로 기대어있나보다, 생각했다.


그녀에게 준 스케치


병원에 갔다 귀가하는 길엔 이미 해가 져서 어두워져 있었다. 명동 외환은행 앞 화단 앞에 아가씨 하나와 청년 하나가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있었다. 술 한 병과 딸기우유, 약간의 과자부스러기를 앞에 두고, 나즈막히 퍼지는 아가씨의 목소리가 편안하게 들려, 옆에 있는 편의점에서 데자와 한 캔을 사서 조금 떨어진 화단에 앉았다. 어쿠스틱 기타 반주의 쏘 핫!과 노바디!를 들어보셨는지? 매우 훌륭했다!

청년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아가씨의 미소가 아름다워, 문득 그리고 싶어졌다. 편의점에서 덴마크 요구르트 사과맛을 사서,스케치와 함께 아가씨에게 건넸다. "우와, 짱이다. 근데 우리 사랑하는 사이거나, 그런거 아녜요!" 요구르트와 그림을 보고 놀라며, 청년이 말하길래, 나도 웃으며 대답했다. "언니 웃는 얼굴이 예뻐서요. 노래 잘 들었습니다:)"

해가 떨어지고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따뜻했다. 슬슬 얇은 옷을 꺼내야겠구나 생각했다.
by 소년 아 | 2009/04/09 23:51 | LOVE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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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타인 at 2009/04/10 00:01
버스를 갈아 타려는데
앗. 하는 새에 살랑해진 언니들의 옷차림에 제 가슴도 살랑거렸읍니다.

집으로 오는 길 바닥에 흩뿌려진 꽃잎이 아까워서 혼났네요.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09/04/10 00:45
꽃비 맞고 싶습니다! 한 낮에는 반팔 차림의 아가씨들이 바글바글(...스웨터에 코트까지 입은 제가 민망할 정도였어요>ㅅ<;)
Commented by 알거없자나 at 2009/04/10 01:49
자전거로 출퇴근 할수 있어서 좋아요 요즘 ^-^

스케치 예술이네여~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09/04/10 07:34
자전거 출퇴근! 저도 하고 싶습니다>ㅅ<(그러나 자전거가 고장났다;)
과분한 말씀 감사합니다:D
Commented at 2009/04/10 07:3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4/10 09:21
멋진 풍경이었을 것 같아요^^

저도 어제 낮에 충무로ㅔ서 흩날리는 벚꽃 샤워를 했답니다~~^^b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09/04/10 13:58
꽃비! 좋으셨겠군요!
아침 출근 길 먼 발치에서만 본 풍경이었지만 마음 설레였답니다:D
Commented by 사월십일 at 2009/04/10 09:57
전 결국 벚꽃은 아직 보지도 못하고 그저 상상만 하는 중.
아마 청년과 아가씨가 노래를 부르면서 받았던 선물들 중 가장 인상에 남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09/04/10 13:59
에헷, 뭐, 어디서 흘리셔서 굴러다닌다고 해도 받으실 때 기뻐해주셨으므로 그걸로 족한답니다>_<
Commented by 해니 at 2009/04/10 21:12
난 두꺼운 옷을 꺼내야.. 훌쩍. 벚꽃 보고 싶다....ㅠㅠ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09/04/11 09:53
...한국와라+_+ 닐님과 꽃놀이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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