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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 like a cat, Smile like a flower
by 소년 아
Krankheit


1. 아픔

"이렇게 살지 마. 이런 식으로 살지 말라고!"

몸이 투정부린다. 무시하고 하이 텐션을 유지하기 위한 커피도핑 기력 끌어올리기로도 소용 없어졌다. 배터리 방전경고 불빛이 깜박거린다. 툭- 새벽에 깨었을 때 아파- 무의식 중에 소리로 뱉었다. 간 밤 쓰다듬어주셨던 머리가 어지럽고 아프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간 밤부터 쑤시기 시작한 손목과 부어오른 다리는 여전하다. 진통제를 삼키고, 모두 도로 토해냈다.  

"얼굴이 왜 그래, 아파? 들어가는게 좋지 않겠어?"

과장님의 한 마디에 싱긋 웃었다. 출근하는 새벽 지하철에서 쭈그리고 있으려니, 아저씨 한 분이 노약자 석에 앉혀주었다. 계속 기침을 멈추지 못하자, 할머니 한 분이 손에 무언가 쥐어주시면서 말씀하신다. "먹으면 기침이 멎어. 어야- "


2. 치유

가물가물한 상태로 지하철을 내려 사무실로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고 화장실로 향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몸을 일으켜 다시 사무실로 들어오니 8시 30분. 1시간이나 지나 있다. 급한 일만 처리하고 들어가는게 좋겠다, 생각했다. 보쓰님께 휴가 쓰겠다고 말씀드린 후 자리에 앉았다. 주머니에 뭔가 들어있는 것 같아 꺼냈더니 아까 지하철 승객 할머니께서 주신 사탕이다. "먹으면 기침이 멎어." 피자헛이라고 써있는 포장지를 뜯어서 쓴 입 안에 넣었다. 자두맛이 느껴진다. 사탕 정도는 괜찮구나.


3. 소리

급한 일들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앙드레 가뇽의 피아노가 듣고 싶어졌다. Apres La Pluie (Andre Gagnon)를 유튜브에서 찾아 듣는데, 왠지 눈물이 흘렀다. 어쩐지 위의 통증이 가시는 듯, 지끈거렸던 심장도 안정되는 듯 느껴진다. '엉드헤 갼뇽은 어루만지는, 치유의 피아노구나.'


4. 애정

12시가 되자 급기야는 보쓰님이 등을 떠밀어, 사무실을 나섰다. 학창시절에도 조퇴는 해 본 일이 없었는데, 나쁜 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한가함이 낯설어서, 나 진짜 이렇게 살면 안되겠구나, 한가함이 낯설다니, 워커홀릭도 아니고. 혼자 중얼거렸다. 아프다는 얘기를 들은 그 분께서 집에 데려다 주신다고 하셔서 기다리며 햇빛 아래 화단에 앉아있었다. 횡단보도 건너 카페에서 음악이 흘러나와 내게로 닿았다.

버스를 타면 흔들리는 햇빛이 좋아, 파릇파릇한 꼬마들이 일렬로 벽에 기대어 유치원 차를 기다리는 지지배배 소리가 좋아, 대학생들의 생기발랄함 속 고민들이 녹아있는 오래된 카페 앞 푸른 벽 위 포스터가 좋아, 그 어느 멋진 날 사진 위의 웃음 가득 북내음이 좋아, 길을 건너 봄 내음 속 그 분을 기다리는 순간순간의 따사로움이 좋아 그렇게 오늘도 감사합니다.
by 소년 아 | 2009/04/02 23:57 | LOVE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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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희연화 at 2009/04/05 20:29
어서 몸이 나으시길 바래요T_T* 소년 아-님의 아픔아, 날아가라! 얍!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09/04/07 00:49
희연화 님 덕분에 많이 좋아졌습니다:) 고맙습니다. 희연화 님도 아프지 마시고 건강한 하루 보내시길!
Commented by 해니 at 2009/04/05 21:08
사월이구나.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09/04/07 00:50
응, 사월이야. 당신은- 아마 시월같은 사월을 보내고 있겠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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