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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 like a cat, Smile like a flower
by 소년 아
자기믿음
- 희연화 님의 글에서 엮습니다.

희연화 님의,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깊은 글을 읽고 있으니 불현듯 예전에 꾸었던 꿈이 떠올랐다.




2005년 1월 25일

우리 집 크레도스에 친구들을 태우고 어딘가로 놀러가는 분위기였다. 겨울 밤, 어쩐지 사람들은 들떠 있었고, 우리 역시 그런 들뜬 분위기에 젖어있었는데, 나는 그다지 기쁘지만은 않았다.
다 찌그러지고 낡아빠진 폐차 직전의 벤츠를 몰고 나온 어떤 패거리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날, 우리를 자꾸 쫒아왔다. 협박, 살해, 이런 긴박감은 아니었고, 그저 같이 놀자는 식이었는데, 난 그들이 너무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운전하는 애는 곱슬곱슬 머리에 당돌하게 생긴 여자애였는데 추운 겨울에도 불구하고 얇은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고, 펑크 풍의 복장을 한 여자애, 무려 스킨헤드까지 한 남자애들을 태우고 시끄럽게 떠들어대며 우리를 쫒아왔다.
나는 점점 히스테릭해져갔고, 그 여자애가 날 찾지 못하고, 어서 사라져버리기만을 바라며 열심히 도망도 가보고 잠시 골목에 차를 대고 숨어보기도 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 찾아내고 낡은 차로 잘도 쫒아오는지, 눈길에서 미끌어지지도 않고 따라오는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크레도스의 기름이 바닥나서 어느 시골 구석탱이에서 잡혀 그 여자애와 패거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었는데, 나는 그 어색하고 불쾌한 기분에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꾹 참고 있었다. 내 친구들 역시 어색해했지만, 그런대로 적응하면서 서먹한 분위기를 없애보려고 노력했다. 오히려 나보다는 내 친구들이 더 부드럽게 그 애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 여자애는 그렇게 나를 좋아해서, 자꾸만 내게 생글생글 웃고, 도시락을 주고, 짚불에 구운 고구마를 건네주었다. 난 그녀가 지독히도 지긋지긋했는데.

그러다가 '에이, 친구들도 잘 지내는 것 같고, 조금씩 얘기하다보니 또 괜찮은 애들인 것 같고. 복장은 좀 불량이지만. 그래, 뭐- 친해져도 괜찮은걸까?'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깨어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여자애는 나였다.

모범생스러운 나는 불량스러운 나를 너무 싫어하는데,
불량스러운 나는 모범생스러운 나를 자꾸 좋아하고 쫒아온다.
나는 내가 너무 싫은데 나는 나를 너무 좋아하고,
나는 나를 떨쳐버리고 도망가고 싶었는데
나는 나를 너무 잘 알고, 그래서 계속 쫒아오고.

재미있는건 나를 싫어하는 나는 모범생적인 나였고, 나를 좋아하는건 불량스러운 나였다는 것이다. 정석이고 언제까지나 친절할 것 같고, 상냥할 것 같은 모범생적인 나는 오히려 나를 거부했고, 정말 제멋대로고 무분별하고, 기괴한 웃음을 짓고, 신경질적인 불량스러운 내가 나를 받아들였다.
보통의 세상의 고정관념으로는 모범생이고 여성스럽고 현모양처스럽고 사회에서도 상냥하며, 교양있는 그런 사람이 어쩐지 친절할 것 같고, 그런 겉보기를 가진 나는 오히려 히스테릭하고, 쫒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어쨌든 내가 나를 받아들여 다행이었다. 기뻤다.

그리고 무엇보다, 친구들이 나보다도 먼저 나를 받아들여줬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행복하게 했다.

고마워.


무언가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예전에 언급했던 사랑에 대한 글들과 연결된 이야기 중 하나인데, 온전히 숙성되지 않았던지 도무지 쓸 수가 없어, 지금은 여기까지. 
by 소년 아 | 2009/03/25 00:52 | LIFE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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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페리 at 2009/03/25 01:45
자기자신을 믿는다는건, 정말 쉽지 않은거 같아요...
어느 한쪽만을 보고 싶어하는것은, 타인보다도 자신의 문제에서 더 그런것 같은 느낌이..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09/03/25 08:21
그렇지요. 온전히 자신을 바라본다는 일이, 쉽지 않아요.
그런 자기내사 역시 타인과 연관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아직 글이 안나오네요:) 공부가 더 필요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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