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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 like a cat, Smile like a flower
by 소년 아
#4 이사를 돕다
토요일, 현스터 님의 옥탑방 이사를 도왔다. 간 밤 피정을 마치고 나니 2시가 거진 다 되어 있었다. 예전 집으로 가서 현스터 님과 미선 님께 인사를 드리고, 고양이 네 마리와도 인사를 나눴다. 관리인 대행 슈타인호프 님, 401호의 하이시크 님과 지녀 님, 현스터 님의 덩치 좋은 후배 님, 그리고 뎅굴낼름 님께서 이미 한창 이사짐을 나르고 있는 중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이도르에 도착했다.
때 마침 하루 동안 엘리베이터가 고장이라서 우리는 계단으로 짐을 옮겨야 했다. 옥탑방까지.

관리인 대행 슈타인호프 님께서, "호프 님이 저걸 들다니! 믿을 수 없어!" 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힘을 쓰시며 도와주셨기 때문에 모두들 그냥 감내하며 계단을 오르내렸다. 나는 "정리와 청소를 돕겠어요!" 라고 재빨리 말해버린 후 고무장갑을 끼고 먼지를 쓸고 닦고, 가구를 닦고, 수다를 떨었다.(...어이)

선약이 있어 먼저 자리를 떠난 현스터 님의 후배를 배웅하고, 남은 사람들끼리 마저 일을 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을 땐 벌써 오후 6시 반이었다. 현스터 님과 미선 님께서 주문해주신 자장면과 탕수육을 먹으며 게임으로 시작해서 애니메이션으로 끝나는 대화를 나눴다.

지녀 님과 뎅굴낼름 님께서 가신 후 남은 사람들은 마저 도배를 하기도 하고, 가구를 제 자리로 옮기기도 하고, 옥상에 놓여있던 묵직한 잡동사니들을 버리기도 하면서 정리를 했다. 점점 사람사는 집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뭐)

계단을 내려와 욕실에 들어 왔을 때엔 벌써 12시가 되어 있었다. 하이시크 님께 선물받은 걸리버여행기의 릴리퍼트 부분을 조금 읽다가 먼지를 뒤집어 쓴 옷들을 빨고 몸을 좀 씻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은 밤에 세탁실 사용은 미안해서 티셔츠와 바지, 양말을 손빨래 해서 널었다. 머리를 감고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에 피곤한 몸을 담그니 몸이 점점 해파리로 변해 녹아드는 것이 느껴졌다.

꿈을 꾸었다.


나는 내가 사귀고 있는 어떤 남자가, 나를 사랑했던 남자가, 최근에 다른 여인과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폐허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울던 나는 걸음을 옮겨 들을 지나, 산을 지나, 강을 건너, 도시로 갔다. 그와 그녀가 잘 가는 모텔 앞에 엎드려 그들을 기다렸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꼭 끌어안고 무척이나 행복한 모습으로 모텔을 나서고 있었다. 남자는 어둠 속에 숨어있는 나를 발견했고, 모르는 척 여자가 나를 보지 못하도록 이끌며 나를 피해 사라졌다. 다음 날 나는 그녀가 일하는 사무실로 찾아갔다.

"어제, 그와 당신을 보았어요."

"세 번째 에요. 어제 본게."

추가로 던진 나의 말에 그녀는 변명을 체념했다. 그리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그녀의 작은 어깨가, 흐느끼는 목소리와 쏟아지는 눈물이 안타깝고 불쌍하여 끌어안아 주었다.

"왜 그랬어요."
"미안해요. 그를 사랑해요. 미안해요. 상처주고 싶진 않았어요."

그녀의 사무실 직원들은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니포스를 지닌 한 여직원이 '세상 뭐 그렇지. 괜찮아. 넌 나쁘지 않아. 난 네가 잘못한 거 없다고 생각해.' 란 표정으로 내게 갓 구운 초코칩 쿠키 반과 초콜릿 케이크 반을 나눠 주었다.

둥글둥글하고 후덕한 인상을 지닌 사무실 사장님은 내게 아이스크림과 생크림으로 장식된 이글루 모양의 속이 텅 빈 케이크를 선물로 주었다. "안은 네가 채워넣는 거야. 할 수 있지?" 나는 어느새 울고 있었다. "네, 물론이에요."

절 반의 따뜻한 초코케이크를 이글루 모양 케이크 안에 넣었다. 신기하게도 케이크는 녹지 않았다. 녹지 않는 이글루 모양 케이크를, 겉은 차갑고 안은 뜨거운, 겉은 하얗고 안은 부드러운 갈색 빛의, 케이크를 들고 그녀의 사무실을 나섰다. 그녀가 흐느끼며 웃는 얼굴로 나를 배웅했다.

나는 미웠지만 밉지 않았다. '이 바보야! 못된 여자야!' 소리질러 주고 싶었지만 지르지 않았다. 그녀의 우는얼굴과 미안하다고 반복하는 말에서 오히려, 불쌍함을 느끼고,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녀는 사랑받고 싶었던 거다. 누군가, 특정인의, 사랑을 받고 싶었던 거다. 나는 어쩐지 쓸쓸해졌다.



첨벙-

"일어나. 아! 해파리! 일어나!"
"감기걸려, 얼른 일어나."

종알종알 목소리에 눈을 뜨고 깨보니 나는 욕조 안에 둥둥 떠 있었다. 물은 이미 식어서 미지근했다. 고양이와 쥐가 세면대 위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목욕탕 열 시간이야. 얼른얼른!"
"아침까지 늦잠이라니, 웬 일이야. 게다가 왜 욕조에서 자는건데."

재촉하는 쥐와 구박하는 고양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멍한 정신을 추스렸다.

"...고마워."
"당연히 고마워해야지. 그러니까 오늘은 우유 마실거야."
"그건 안 되."

고양이의 말 허리를 자르고, 물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대충 몸과 머리카락의 물기를 털었다. 문득 입 안에 맴도는 말이 있어 나는 망설이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고마워요."


[이도르 카테고리의 글은 픽션과 팩션이 혼재하며, 두서도 없거니와 흐름 역시 어지러우므로 그저 즐겨주시길 당부드리옵니다.]

이글루스 가든 - 100인의 이누이 - 이글루스 빌...
by 소년 아 | 2009/02/22 10:39 | Edor Story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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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시오 at 2009/02/22 11:11
아, 수도관 동파됐으니 목욕탕에 사람이 많이 오겠네요...^^

.... 배가 부르면 왠만한 고민은 다 사라지지요. 울지 마시고 행복하고 포근한 주일 되셨으면 좋겠네요....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09/02/23 10:30
고맙습니다:D♥
이런, 수도관 동파라니! 소식이 늦은 해파리입니다(ㅠㅅㅠ빌라 가든으로 뛰어간다)
Commented by 아일턴 at 2009/02/22 12:25
바쁠 때가 시간이 잴 잘 간답니다. 열심히 목욕탕 관리를 하다보면 언젠가는..(응?)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09/02/23 10:30
그렇지요! 열심히 열심히! (고양이와 쥐를 시킨다<-응?)
Commented by 지녀 at 2009/02/22 13:29
화장실이 압박인 옥탑이었지요...정말(...)
유연성이 지대로 길러질 것 같은 구조?(...)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09/02/23 10:31
...그냥 옆으로 앉겠습니다(도대체 애초에 왜 변기를 그렇게 설치한 건지 모르겠습니다(ㅠㅅㅠ)
Commented by 삼별초 at 2009/02/22 16:06
...목욕탕 청소로 인해서 앙금이 생겼습니다 칫 (야)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09/02/23 10:32
에이, 왜 그러세요, 삼별초 님(>ㅅ<)ㅇ
다음 번에 바나나 우유 드리겠습니다♥<-얼렁뚱땅 넘어간다!
Commented at 2009/02/22 17:4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09/02/23 10:32
...에, 또... 그러니까... 그건 곧! 날아가겠지요?+ㅁ+(...)
Commented by 나아가는자 at 2009/02/22 23:09
오티 잘 다녀왔습니다.^^ 이사에 못참여 한건 두고두고 아쉬울거 같아요.
+ 그리고 꿈이 재미있군요. 해피엔딩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죠.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09/02/23 10:33
해피엔딩이에요:)
용서했다는 건 언제나 행복한 한 걸음인거죠. 아직 부족하지만 말입니다.
그나저나, 잘 다녀오시기만 했군요?+ㅁ+///
Commented by 페리 at 2009/02/25 16:18
수도관동파..........(먼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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