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ahes.byus.net
(twitter.com/catnflower)

Walk like a cat, Smile like a flower
by 소년 아
아우님에게
안녕, 송민아.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니?

1. 요즘 서울시청 광장에서 친티벳 시위에 폭력을 휘두른 중국인 유학생 시위단 이야기로 조금 시끄러운데, 나는 네가 걱정된다. 물론 네 친구들이야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아이들이 아니라고 생각하고싶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니까. 말을 조심조심 하고, 아무래도 남의 나라 땅에서 살고 있으니.

2. 언니는 요즘 조금 힘들다. 머리와 마음과 몸이 제각각 움직이고 있어서, 더더욱.

특히 어머니와 관련된 것이라면 이제 넌더리가 난다만, 여전히 문제가 생기고 있구나. 그녀에게 솔직해질 수 없는 것, 비난받을까봐 두려워 이야기하지 않는 것, 이런저런 것들이 쌓여서 내 마음은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좋아하지 않고, 머리로는 상냥하고 예의바르게 굴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몸은 흠칫거리며 저절로 피하고 있어.

리큐를 죽이지 않았다고 해서 아버지보다 고양이를 소중하게 여겼다는 비난, 늦게 퇴근해서 집에 오기 전에 전화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를 걱정하고 있는 어머니를 무시했다는 말, 책 나부랭이 따위에 시간과 돈을 버리고, 거지같이 고생만 하고 돈도 못벌고 있다는 꾸지람. 난 도대체 어느 것 하나도 받아들일 수가 없어.

3. 요즘 이틀에 걸쳐 공지영씨의 산문집 한 권을 읽었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라는 제목의 책으로 네게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구나. 읽기 어려운 책이 아니니 아버지 기일에 귀국하면 읽고 출국해도 좋을 것 같다. 공지영씨는 내가 썩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었는데, 최근 작품들은 마음을 찢어내는구나. 작가가 변한건지, 언니가 변한건지. 아니면 둘 모두인지.
이 책은 작가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의 모음인데 언니가 좋아하는 책도 인용구로 많이 등장하고, 다정하면서 위트넘치는 문장이 매력적이다. 그래, 내 어머니도 사실은 내게 이런 응원을 보내고 계시는게지. 하지만 나를 깎아내리고 나는 잘못된 사람이라고 말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쓰레기 취급하는 행동을 응원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나는 -머리가 나쁜지 마음이 못됐는지- 좀 어렵구나.

내게 쏟아부어준 그녀의 노력과 돈과 애정을 무척 감사하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세상에 낳아줌에 감사하다. 그리고, 너를 낳아주신 것도. 그렇지만 때때로 의심이 스며나오는데, 그녀는 나의 행복을 위해서 내게 노력을 붓는건지, 그녀의 행복을 위해서 내게 노력을 붓는건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언니가 싫어하는 말 중에 "자식에게 투자한다"가 있다. 투자는 기본적으로 거두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더냐. 자식에게서 무얼 거두고 싶어하는건지. 사랑? 자식의 효도? 존경? 받고싶으면 투자할 것이 아니라 모범을 보여주세요, 외치고 싶구나. "자식농사"에서 "자식투자"라는 말이 나온 듯 하다. 망치려고 농사짓는 사람 없고 돈 잃으려고 투자하는 사람 없다는 점에서 둘은 같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퍽 다르게 느껴진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지금의 나로선 어렵구나.

4. 옛 일이 문득 생각나는구나, 아우님. 네가 유학가기 전, 우리는 이런 대화를 나누었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두렵다. 아이에게 내 어머니처럼 굴지 않을까 걱정된다. 내 안의 어머니가 있어서, 어느 순간 그 핏줄의 그 기질이 나타날까봐 무섭다." 네가 먼저 시작했는지, 언니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를 말에 우리는 공감했고, 나는 너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슬프면서도 동지애랄까 그런 것이 느껴져 안심이 되었다.

5. 점심시간이 끝났다. 삼각김밥과 두유로 배를 채우면서 잠깐 짬을 내어 적긴 했는데 도통 무슨 말을 한건지. 살펴보기도 전에 얼른 업무로 돌아가야겠구나. 엊그제 HSK 시험을 치루느라 힘들었겠다. 언니 생각에 그 시험은 너에게 꼭 필요한 것 같다. 어머니의 10급 압박에 눌려 네게 필요한 공부조차 망치지 말고, 너에게 꼭 필요해서 하는 거니 열정을 갖고 공부할 수 있길 바란다.

6. 오늘도 조금 더 성장하길, 좋은 하루 보내고. 곧 만나자.
참, 강타 새 앨범은 사두었다. 뭐 어차피 벌써 인터넷에서 들었을 수도 있지만-ㅅ-/

사랑한다.
by 소년에이 | 2008/04/29 13:11 | LOVE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catnflower.egloos.com/tb/372271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포토로그
카테고리
최근 등록된 덧글
mens seven je..
by mens seven jeans on at 12/25
designer scarves
by designer scarves at 12/25
저희 동네 작은 빵..
by 네비아찌 at 12/24
오늘 아침은 아니고..
by 소년 아 at 12/24
최근 등록된 트랙백
광주, 크리스마스..
by 네비아찌의 끄적끄..
아침단상 2
by 像猫一样走路, ..
아침단상 2
by 像猫一样走路, ..
PIAAA 님, 우람이..
by 이웃집 냐옹씨의 하루
태그
rss

skin by 이글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