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해서 일찍 들어가 씻고, 팩하고, 바이올린을 2시간 정도 켜고, 11시 전에 자려고 했던 엊저녁 나의 계획은 어머니가 한국 정치-특히 대선-이야기를 꺼내는 바람에 완전히 박살났다. 어머니는 귀를 씻어버리고 싶은 이야기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당신 시각에서 풀어내셔서 난 점점 언성이 높아졌고, 그에 어머니는 급기야 나이도 어린게, 말대꾸 한다, 당신에게 상처를 줬다 운운 하시더니 내게 '실망했다'라고 하셨다. 도대체 어떻게, 정치적인 시각이 다르다고 해서 내가 어머니에게 '실망'을 안겨드릴 수 있단 말인가! 아니, 그게 아니고 이야기를 하다가 목소리 커졌다고 해서 내게 '실망'했다고 하셨다 하시면 할 말은 없지만, 그럼 나는 남들 앞에서도 고분고분 하듯이 어머니를 남 대하듯이 해야 한단 말인가!
"엄마는 내 생각을 듣고 싶은거야? 아니면 내가 그냥 '응, 응, 그래?' 하고 들어주길 바라는거야?" 물어도 대답해주지 않았으면서.
어머니는 이명박 후보의 열렬한 지지자라서 이명박씨를 타인이 아니라 무슨 가족 대하듯 하신다. 어느정도냐면 현재 이명박씨의 수많은 의혹들에 대해서 무조건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만 믿는 것이다. 심지어 그 말이 자주 바뀌고, 앞뒤가 맞지 않다 하더라도! 나는 아직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 상태이고, 느낌 상으로는 이명박씨는 그다지 훌륭한 지도자 감같지 않아서, 어머니의 말에는 중립적인 대답밖에는 해줄 수 없었다. 예를 들어 BBK 의혹과 관련해서만도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씨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는 현 시점에서 어머니는
"걔(김경준씨)는 어쩜 그렇게 사기꾼처럼 생긴게 거짓말만 하고 있더라. 3년 반동안 뻗대더니 왜 이런 중요한 시점에서 귀국해서 어지럽히고 그러니. 그리고 증거물을 원본을 가져와야 증거가 되지, 사본을 가져오는건 또 뭐니. 에리카김인가 걔 누나도 잠적한 걸 보면 집안 전체가 사기꾼 집안인가봐."
그래서 내가 답하기를 "글세, 나름 생각이 있으니까 지금 들어왔겠지. 그리고 지금 들어오는게 차라리 낫지 않아? 나중에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됐는데 들어와서 의혹이 커지고 진실이 밝혀지면 더 이상할텐데. 그리고 증거물은 사본이어도 되니까 사본 냈겠지. 원본은 에리카김이 가지고 있다던데. 그리고 잠적 안한거 아냐? 오늘 중앙일보 봤더니 에리카김 인터뷰 나왔던데요?"
그랬더니 어머니 말씀이 "너는 왜 사람이 말을 하면 조목조목 반대로만 말하니?" 였다.
대충 이런 식의 대화아닌 대화를 BBK, 이명박, 노무현 정권, 김대중 정권, 전라도 사람 을 화제로 맴맴 돌면서 했다.
김대중, 노무현이 집권하면서 10년간 퇴보했다고 말하시길래, 10년간 퇴보해서 국민소득 2만불 넘었냐고 했더니 그건 $ 가치가 추락해서라고 하시고, $ 가 추락하는 세태에서 수출에 엄청 의지하고 있는 한국 경제가 나름 성장했으면 괜찮은거 아니냐고 했더니 "너는 왜 사람이 말을 하면 반기만 드니?" 로 끝나고.
나는 차라리 김대중 대통령이 IMF를 가져온 김영삼 대통령보다 정치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더니, "너 미쳤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니!" 로 끝나고.
그럼 어머니는 김대중 대통령이 김영삼, 아니 노태우, 아니 전두환 대통령보다 정치를 못했다고 생각하시냐고 물어봤더니, 당연하다는 대답이 돌아오고. 내가 기억하는 정부는 고작해야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이지만, 그 간 고등학교 선생님, 신문, 인터넷에서 보고 들은 얘기만으로도 전두환 대통령 시절? 유신? 그건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아. 라고 판단하게 되는데, 어머니는 그 시절을 '살아'보셨으면서, 어떻게.
김대중 대통령이 당신 노벨상 타려고 아까운 국민들 세금을 북한에 퍼다줘서 북한이 핵개발 하게 만들었다고 하는 말씀을 하셔서 "어머니, 하나만 물어보는데, 어머니는 노벨상이 그렇게 '매수'할 수 있는 상이라고 생각해요? 진심으로?" 라고 물었더니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으면서.
난 정말로 왜 햇볕정책이 나쁘다고 생각하시는지, 왜 김대중과 노무현이 나쁘다고 생각하시는지, 뭐가 어떻게 10년 못살게 되었는지, 왜 어머니는 10년 전보다 지금이 더 살기 힘들다고 말하는지, 10년 전보다 세금이 많아졌으면 그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 당신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거에요, 어머니.
10년 전엔 아버지가 살아계셔서 돈을 버시는 와중에 어머니가 꽃꽂이도 하고 학교에서 교사, 강사 일도 해서 돈을 벌었지만 해외 여행 한 번 못다녀오셨으면서, 지금은 아버지도 없고, 내가 버는 돈은 무지 적은데 어머니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돈이 될만한 집 보러 다니신다지만 그게 과연 일인가 싶고, 골프 치고, 일년에 2번이나 해외에 여행 다녀오셨으면 못살아진건지, 지금은 일을 해도 돈이 안벌리지 않느냐고 말하는데 그래서 어떤 일을 하셨는지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거에요, 어머니.
내가 어떤 일을 하셨는데요? 라고 물어봐서 상처가 되었다면 그건 어머니가 실제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아서가 아닌가요? 나이 50, 60 인데 회사에서 일하는 여자를 보면서 뭘 그렇게까지 하니? 부하직원들이 떠받들어주는게 그렇게 좋은가보지? 라고 말하는데 그 분들은 정말 힘들게힘들게 일하고, 거기서 보람을 느끼니까 그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거에요. 누가 떠받들어주는게 좋아서 일해? 어린애야? 칭찬듣는게 좋아서 청소하고 설거지 해? 그러면서 내게는 여성 CEO가 되라는 주문이나 하고.
젠장. 난 정말 쉬고 싶었다고, 어제 밤.